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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와 디지털 지정학: 보이지 않는 권력의 전장

by info-world-press 2025. 6. 9.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와 디지털 지정학: 보이지 않는 권력의 전장

 

 

21세기 정보사회에서 데이터를 운반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반은 위성이 아닌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입니다. 지구를 둘러싼 얇고 긴 광케이블이 실제로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95% 이상을 운반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합니다. 이러한 해저 케이블의 구조와 통제가 점점 더 지정학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저 케이블 네트워크가 왜 디지털 시대의 지정학적 전장으로 여겨지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디지털 지정학에서 해저 케이블의 전략적 의미

전통적인 지정학에서는 육지, 해양, 항로 등이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가 곧 권력이 되고 있으며,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프라인 해저 케이블이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 간 통신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이루어지며, 이들 케이블은 민간 기업이 설치하고 유지하지만 그 물리적 경로와 소유 구조, 보안성은 매우 민감한 정치적 쟁점입니다. 특정 국가나 기업이 해저 케이블의 건설과 관리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디지털 세계에서의 영향력도 비례해 증가하게 됩니다.


소유권과 건설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

최근 몇 년간 주요 기술 강국들은 해저 케이블의 소유 및 운용 권한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정 국가가 케이블 건설을 주도할 경우, 통신 흐름에 대한 관측 권한을 사실상 갖게 되며, 경우에 따라 데이터 검열, 정보 수집, 혹은 차단 같은 행동도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주요 노선에 참여하는 기업 구성과 기술 표준은 각국의 지정학 전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자국 중심의 디지털 블록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우방국과 함께 독자적인 케이블망을 구축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인프라를 넘어서 국제질서의 재편을 뒷받침하는 지정학적 행동입니다.


해저 케이블의 경로와 디지털 안보의 교차점

해저 케이블이 지나는 해역과 접속 지점은 대부분의 경우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입니다. 이른바 ‘해양 초크포인트’와 결합되기도 하며, 해당 지역의 정치 불안정이나 분쟁 가능성은 디지털 안보에도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해저 케이블은 자연재해나 단순한 기계적 사고에도 취약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복구가 아닌 복구 과정에서의 정보 접근권과 기술 의존도에 있습니다. 특정 국가가 케이블 복구 기술이나 장비를 독점하거나, 특정 지역에 기술 인력이 편중될 경우 지정학적 종속 관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주권과 해저 케이블의 정치화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주권, 즉 ‘내 나라의 데이터는 내 나라에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해저 케이블이 지나는 경로, 접속국가, 중간 중계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심지어는 케이블의 존재 자체가 외교 분쟁이나 안보 협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일부 국가는 민간 통신사와 협력하여 ‘자국 중심의 독립적 해저망’을 구축하려 하며, 이는 기존의 글로벌 인터넷 연결망을 재편하고 디지털 지정학의 다극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디지털 지정학에서 해저 케이블의 방향

앞으로 디지털 지정학에서 해저 케이블은 국가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서, 정보 통제권, 디지털 안보, 글로벌 파트너십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기술의 도입—예를 들어 초고속 광전 케이블, 양자암호 네트워크 등—도 디지털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해저 케이블의 지도를 그려보는 일은 디지털 시대의 지정학 지도를 해석하는 일과 같습니다.